영국(여름,자유여행)/옥스퍼드

에슈몰린 박물관2 (고흐와 피사로를 만나다.)

언제나봄 본계 2011. 6. 27. 17:36

 자, 이제 1층 고대 유물관을 뒤로 하고 위로 올라가봅니다. 입구 초입부터 위대한 역작들을 접하게 되니 정말 가슴이 떨리는군요.ㅎㅎ

 

하!! 입구부터 서프라이즈합니다! 고희의 그림이 떡하니 걸려있다니!

게다가 흔히 접하게 되는 작품이 아니네요. 이렇게 밝고 터치감있는 고희의 그림을 보다니.

마치 어린아이가 색연필로 '노인의 정적인 심정'이 되어 그린듯 묘한 안정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군요.

그림에 대한 설명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1886년 그의 고향인 홀란드를 떠난 고흐는 2년간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대단한 영감을 받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영감에 따라서 밝은 계통의 색상과 길이가 짧은 붓을 터치있게 사용하게 되죠. 고흐가 위에 그려놓은 장소는 당시 아티스트들에게 꽤 알려진 장소이고, 고흐는 이곳에서 3장의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이 그림은 아마도 이른 아침 강가에서 그린듯 싶군요.

레스토랑에 걸린 깃발들이 묘하죠? ㅋㅋ

 

오우!! 다음번 그림도 대단한 역작이네요!

바로 인상파의 아버지 피사로의 '창밖의 풍경 에라니쉬르옙트'이군요.

쇠라의 점묘법에 매료된 피사로는 이후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점묘법이란 말 그대로 그림과 색을 점점으로 일일이 찍어서 표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 작품은 에슈몰린 박물관 최고가를 호가하는 그림입니다. 실제로 눈앞에서 본 느낌은..

아늑하고 안정적이고 조용하다...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순수무결한 그림의 세계에 정적으로 서있는 느낌이랄까요.

시간도 흐르지 않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어쩌면 점점이 색을 채우는 피사로의 순수 집중의 순간을 함께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그림은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피사로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피사로가 유화로 그린 최초의 작품이라네요.

교회를 향해 쭉 뻗어 있는 길, 나무에 의해 드리워진 길가의 그림자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평온과 온유를, 마치 아늑한 그리움을 선사하는 듯한 이 느낌이 바로 피사로의 점묘법 그림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피사로의 그림들을 엽서로 만들거 아래층에서 판매하는데요, 저절로 손이 갑니다.

그만큼, 그림이 가진 아련한 신비로움이 참 매력적입니다.

 

 

하! 다음 그림은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으시죠? 오른쪽 아래로 마네의 싸인이 보이는군요.

작품명은 쉬제트 르메르의 초상으로 15년전 소더비 경매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전력이 있죠^^

 

쉬제트는 19세기 예술가들 사이에서 알려진 유명한 집안인 르메르가의 딸이라는 설명이 있군요.

그림은 1881년 파리에서 그려진 작품입니다.

마네는 유명인사들인 여성모델들에게 늘 한결같은 주문을 했습니다.

'말하시오, 웃으시오, 움직이시오. 당신이 자연스러울때 실제처럼 당신을 그릴 수 있다'고 말이죠.^^

 

이 그림은 에슈몰린 박물관 기념숍에서 판매하는 엽서중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그림입니다.

찰스 앨스튼 콜린스의 '수녀원의 사색'이라는 작품명으로 불리죠.

꽃을 들고 있는 수녀의 표정이 슬퍼보이는 건 왜일까요. 사실 지극히 평온해보이는 이 그림은 많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19세기에 프랑스는 마네 모네 드가 세잔느 등, 인상파 화가들이 대거 활동하던 시기입니다.  인상파 화가들은 빛과 색채에 치중한 사람들이라고 간단히 보시면 되겠네요.(인상파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파리편 오르센 미술관 관람에서 다시한번 알려드리죠^^)

반면 영국에서는 라파엘전파가 등장합니다. 라파엘전파는 라파엘 이전의 시대, 즉 신화를 그리던 그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의였습니다.

다만 이들은 인상파와 구분되는 점이 있다면 자연에 대한 좀더 섬세하고 내밀한 묘사에 치중하고 상징의 의미를 중요시한다는 거죠. 인상파는 자연그대로의 빛과 색채를 중요시하지만요.

위의 그림을 보시면 수녀가 들고 있는 꽃의 모양조차도 십자가를 상징하며, 그리도의 수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당시 콜린스가 살던 시기의 영국은 성공회파와 다시 로마가톨릭으로 돌아가는 고교회파의 갈등도 심하던 시기로, 콜린스는 고교회파의 일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시죠.

그림 아래쪽은 지극히 평온해보이지만, 웬지 저 담장밖은 소란스러운 갈등과 분쟁의 장소일것 같지 않습니까?

마치 폭풍전의 고요처럼요.

 

꽃을 들고 있는 수녀는 어찌보면 고민많은 화가 자신을 상징한다고 볼수도 있다는군요^^ 하..

난 라파엘전파인가, 아니면 인상파인가.

난 신앙인인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요..^^

 

자, 에슈몰린 박물관 탐방은 여기까지입니다.

아기자기하지만 유명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가득한 이곳은 옥스퍼드에 가신다면 꼭 들려보시길 강추합니다.

특히, 지하1층의 기념샵을 꼭 들려보시길.

크기도 광대하지만, 엽서 종류부터, 각종 문구류, 악세서리, 스카프, 가방, 모자, 퍼즐 등등.

너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전 전체여행기간을 통틀어서 이곳 기념숍에서 가장 많은 쇼핑을 했고, 귀국했을때는 그곳에서 사지 못했던 물건들에 대한 아쉬움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각종 수첩과 볼펜들, 엽서들과 우산등등...

여행의 기본철칙중 하나가 '일단 마음에 들면 산다.'인데요, 마음에 드는 걸 사지 못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수 있답니다.^^

다시 되돌아갈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