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여름,자유여행)/파리

빠리~ 그 불친절한 첫인상.

언제나봄 본계 2011. 6. 17. 23:52

빠리는..

거참..

전반적으로 딱딱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많다는게 첫번째 인상이고,

묘하게 돌아와서 계속 생각나는 곳이라는 점이 두번째 잔상입니다.

아무튼.

 

빠리 샤를 드골공항은 무자게 큽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후(비행시간은 2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시차때문에 사실은 40분 정도만 타시면 됩니다.)

드디어 빠리 드골공항에 들어옵니다.

와.. 영어단어가 잘 안보이네요. 그래도 미리 알고온 부분이 있어서, 출구(소르티에)라고 적힌 부분을 따라, 다른 사람들 무리에 섞여 부지런히 걷습니다. 걷고 또 걷고 또 걷습니다. 아무튼 참 큽니다.

 

여행가이드 책 곳곳에는 non EU라인에 줄을 서면 된다고 했는데..

non EU라고 쓰인 명칭 자체가 없습니다.ㅜ

처음에 이유 라인에 백인들과 무작정 섰다가, 눈치를 보고서는 others 라인에 바꿔 섰습니다. 대망신 당할뻔 했죠. ㅜ

빠리는 입국심사가 거의 없습니다.

여권만 보여주면 기냥 통과입니다.

 

빠르게 통과해서 또 걷습니다.

수화물을 찾아야하니까요.

하.. 걷고 또 걷습니다. 수화물 베기지까지도 역시 멉니다.

겨우, 도착하니 가방이 나와있네요.

얼른 가방을 캐치업합니다.

자, 이제 난코스입니다.

리용까지 가는 버스 리무진이 끊어지기 전에 어여 타야합니다.

제일 쉬운방법은 영국에서처럼 안내원에게 질문하는 것이라고 당연히 믿었기에

인근 안전요원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묻습니다.

'익스큐즈미. 리무진 버스 스탑이 어디뇨?'

'노우'

허. 노우라니. 이게 뭔 뜻입니까. 그래. 안다는건지 모른다른 건지.

그러자 그가 요란한 제스추어를 취합니다.

'버스 그게 뭐냐? 리무진 그게 뭐냐? 난 그런건 모르겠다'

허. 제가 기가막힌 표정으로 재차 설명합니다.

'리무진 버스 몰라? 리용까지 가는 버스 말이다. 리용'

아이구.. 이 리용이라는 말이 사건을 더욱 꼬이게 만듭니다.

'리용? 리용시청? 리용 역? 리용도 여러가지다.'

허. 나참.

제가 기가막히게 쳐다보는데, 이 안전요원은 빙글빙글 웃기만 합니다.

결국 제가 말합니다.

'됐다. 고맙다. 내가 알아볼게'

그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제가 더욱 기막혔던 것은,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리용행 버스 정류장이었다는 겁니다.

물론, 빠리에서는 버스라는 말대신에 까르(car)라는 단어를 쓰고, 정확히 리무진 버스는 les Car라고 씁니다. 그렇다고해도 세계적인 공항의 안내원이 버스를 모른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제가 흥분해서, 버스에 오르는데, 더욱 가관입니다.

여자 운전수 분이 불어로 여자승객과 싸우는 중입니다.

제가 계단에 반쯤 몸을 걸친채 계속 기다립니다. 불어 몰라도 내용은 대충 짐작됩니다.

아가씨 승객의 남친이 공항관계자인데, 리무진 버스 아니 이제부터 레스 까르라고 하죠. 무튼 레스 까르 승차권을 선물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리무진 운전사분이 본인이 아니니 확인할 수 없어 탈 수 없다고 계속 승차거부를 합니다.

여자가 자기의 남친(남편이라고 한것도 같음)이 분명 선물했고, 자신의 신분 보장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운전사가 뭐라고 했게요.

'네 신분증, 여권 다 보여달라'

아가씨가 기막히고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의 핸드백에서 여권과 민증을 까서 보여줍니다.

힐긋 보던 운전수가 '그래도 농!' 이럽니다. 세상에나..

여자가 기막혀서 보다가 내립니다.

드디어 제 차례입니다.

'리용까지, 원 어덜트, 리턴' 제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이 운전수 못 알아듣는척 신경질적으로 답하십니다.

'뭐? 너 혼자야 아니야?'

'원'

'뭐?'

'워원!!'

제가 입술 꽉 물고 답합니다.

그러자 운전수가 성가신 표정으로 제스추어를 취합니다. 갔다 다시 온다고?

'그래! 리턴이라고 했잖우!'

'뭐? 갔다 온다고?'

와- 리턴을 알아들었으면서도 자꾸 절 짜증나게 만드는 겁니다. 후.. 제가 주머니에서 왕복 리무진 값 27유로를 정확히 꺼내줍니다.

그제서야 표를 주더군요.

후.

자리에 앉습니다. 불친절한 인간들.. 속으로 부글부글 끓습니다.

그런데 좀전에 승차거부 당했던 아가씨가 당당히 남친을 데리고 옵니다.

남친이 운전수에게 뭐라뭐라 하자, 비로소 타라고 하더군요.

제 속이 조금은 시원해진것 같습니다.

 

차, 레스 까르가 출발합니다.

다행히 전광판에는 영어로 리용까지 얼마나 남았다는 안내문이 나오네요. 영어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대략 40여분 후 리용역에 도착합니다.

9시가 넘어서고 10시가 가까워지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네요.

 

그래도 위험하다는 말을 들은 터라, 지하철을 피하고, 택시를 잡습니다.

숙소까지 어차피 한정거장 거리거든요.

운전수가 친절하게 짐가방을 뒷좌석에 실어줍니다. (하지만 이 친절게 속지 마시길..ㅜㅜ 나중에 후회합니다.)

편도 택시비가 3.2 유로 정도라고 알고 있던 저는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요금은 10유로.

기사가 말같지 않은 이유를 능글맞게 설명합니다.

너랑, 일행이랑, 그리고 짐 하나당 요금을 치므로 10유로다.

허.

이런 쳐... 한국말로 욕이 나오려는 순간 꾹 누르고 참습니다.

하... 그래, 날도 흐리고 더운데.. 참자.. 지하철을 탔으면 더 안좋은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 이렇게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리고 쌩떼밀리옹 근처에 있는 키에르 베르시 호텔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데스크 아가씨가 친절히 영어를 구사하고, 키를 받아 숙소로 들어갑니다.

런던보다 좁지만..

다음날 아침에 황홀하게 준비된 조식을 보고 모든 것을 다 용서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