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튼힐 전경을 보고 내려와도 도무지 해가 지지 않습니다. 이제 곧 9시를 향해 가는데요..
가서 자기도 멋적고, 하여 칼튼힐 버스정류장에서 무작정 26번 버스를 잡아타봅니다. 아, 그런데 이게 황금노선이 될줄이야.ㅋ
(클린우드~ 포토벨~ 항구~ 바다절경까지 예술입니다.)
갑자기 에딘버러 시내를 벗어나 외곽을 향해 달려갑니다.
우선 2층에 올라가 오른쪽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보이는 아름다운 건물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평민들의 교회를 지나는군요. 교회건물도 예술이죠?
꽃이 만개한 마을을 지납니다. 꽃내음이 코앞에서 살랑이는 듯 싶군요.
그렇게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봅니다. 무려 1시간 20분여를.
저희 계획은 이랬죠.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턴하고 시내까지 돌아오면 되니까. 아뿔싸..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마음대로 계획일뿐.
승객이 다 내리고 저와 일행만 남은 상황에서, 기사분이 2층으로 올라오십니다.
'왜 안내리는가'
'어.. 음.. '
그순간 제가 어설픈 거짓말을 합니다.
'어, 원래는 포토벨에서 내려야하는데 구경을 하다가 놓쳐버렸다'
'포토벨?'
'예스'
'저어기.. 이 버스 다시 에딘버러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러자 마음씨 좋게 생긴 기사분이 고개를 저으십니다.
'나 바로 퇴근하는데'
헉. 저와 일행이 깜짝 놀랍니다.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내리겠다'
제가 안습의 표정으로 그에게 말합니다. 그가 안타깝게 보다가 스톱 하더니, 1층으로 내려와 앉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고속도로를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저와 제 일행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혹.. 우리를 경찰서에 보내려는게 아닐까. 왕복권도 아닌, 편도 버스표로 이런 해괴망칙한 짓을 한다고.. 어쩜 좋아 어쩜좋아.
잠시후 버스가 시내로 진입합니다.
제가 말한 포토벨이라는 곳입니다.
기사가 여기서 조금만 가면 포토벨 정류장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네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면서 갑자기 기사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제가 묻습니다.
'혹 우리때문에 당신 시간을 낭비하신건지'
그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우리때문에 다시 되돌아온게 분명합니다.
아이구..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가지고 다니던 비상용 한국 엽서를 꺼냅니다.
'이거 코리아 엽서인데,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드립니다.'
오우!! 그가 감격의 표정을 지으며 너무나 기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손을 꽉 잡더니 힘차게 악수를 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길~'
돌이켜 생각해보니, 얼마나 제 맘대로 계획이었더란 말입니까. 어떤 버스가 반드시 종점에서 되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어찌 이리 무모한 계획을 세운건지.ㅋㅋ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참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고 있네요.
(* 참고로.. 2층버스의 2층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계단 윗자리 입니다. 맨앞이 아니구요. 이 자리에 앉으면 창문이 커서 사진 찍기에 아주 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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