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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선수의 눈물 & 러시아 소녀의 착각

언제나봄 본계 2014. 2. 22. 18:06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2258209

 

우리가 아는 김연아 선수는,

벤쿠버 시상식대에 올라 태극기를 보며, 딱한번 눈물을 흘렸던 그런 선수였다.

그녀는 흔들리거나 고민하지 않는 강건한 철의 여인처럼 보였다.

 

누구도 그녀가 스물셋의, 여전히 성장할 것이 많은 여대생이라는 사실을,

슬픔과 기쁨을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 할 감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미처 헤아려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며칠전 프리의 마지막 점수에도 마땅히 분노해야했지만 분노하지 않았드랬다.

 

김연아 선수의 눈물의 의미를 헤아려본다면,

점수에 대한 논란에 대해

우리 성숙하게 입을 다물어보자.

 

그녀는 일곱살부터, 마치 20대의 청년처럼 달려왔다.

먹고 뛰놀고, 까불까불하게 보내야했던, 아이같은 사춘기에,

그녀는 세계무대로 나아가,

당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다.

이후 스물 셋이 된 지금까지 뜀박질을 멈춰본 적이 없는 그녀.

프리경기 시작하기전, 대기실에서조차도 플랜에 따라 순서대로 몸을 풀고, 뜀박질을 하고, 머릿속에 연상작업을 하며,

마치 30~40대 대한민국의 죽어라 달리는 아빠들처럼,

그렇게 숨차게 뛰기만 했던 그녀.

 

그녀의 인터뷰를 보라.

- 점수에 대해서는 저보다 제 주변분들이 더 화내시는 것 같아요, 전 그냥 끝났다는 게 너무 홀가분해요

- 소치에 오기까지, 다시 결심을 하기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 계속 뛰어오기만 한 것 같아요.

 

우리는 감히 김연아선수에게 더 뛰라고 얘기할 자격이 없다.

그녀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감격하고 행복했는지에 대해서 더욱 많이 이야기해주고 파이팅해주는 것이 진정한 대한민국 팬의 몫이다.

우리는 잘 안다.

스포츠 세계는 언제부터인가 돈과 뇌물, 로비가 오가는 거대한 전쟁판이라는 것을.

그 안에서, 한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의 피겨가,

그것도 우리 모국이 아닌, 벤쿠버라는 서방에서 메달을 따낸 연아가 있었다는 것,

그것도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메달을 따냈다는 것은,

행복하게 추억을 하기에도 너무 벅찬 일이다.

 

유치하고 더러운 돈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던

참으로 가치있는 기적이다.

그 세계의 불균형과 더러움과 연관지어,

감히 우리의 피겨퀸을, 점수라는 공식에 대입조차 하지말자.

 

이번에 금메달을 딴 러시아 소녀(나는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하고 싶지않다, 잊혀질 것이기에) 또한 최대의 피해자로 전락할 것이다.

18세라는 나이에,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극렬한 경쟁이 일어나는 그곳에서,

이 소녀는 어리석게도 모국의 힘을 빌어 1등을 차지했고,

그 오만함에 대해 부끄러운줄 모르며,

자신의 스핀의 헛점과, 엣지의 잘못된 자세가

정답인줄 알고, 그렇게 준비를 해서 차기 평창에 올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도 엣지 실수 한번 하지 않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연아와 달리,

이 러시아 소녀는 두번 다시 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다.

잘못이 잘못인줄 모르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으라는 착각이,

이제 러시아 소녀에게는 인생 최대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만큼 통쾌한 복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