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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94, 나레기커플의 리뷰2 (짝사랑에 응답받는 방법)

언제나봄 본계 2014. 1. 1. 01:43

첫회와 2부, 3부까지 우리는 비교적 재미나게 유쾌하게 응사를 시청했다. 하지만 2부 말미에서 드러난 불안감이 슬슬 우리를 긴장시킨다.

우리는 이제 94학번의 나정이 되어간다. 이상민을 쫓아다니며 허리가 나가도로 고함을 지르던 빠순이 나정이가 아니라, 스무살에 느끼게 된 소화시키지 못할 첫사랑을 함께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쓰렉의 가슴을 두드렸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의 끈임없는 노크와 이만큼씩 다가섬이,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웠던가.

그녀는 MT를 가서도 오빠생각만 한다. 삐삐만 보면서 세수할 때도 누워서도 응답받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날이 밝도록 답은 오지 않는다. 그의 무심함. 쓰렉같은 무심함. 알면서도 그녀는 서운하다. 그녀는 어쩌면 쓰렉에게만큼은 각별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동화속에서나 일어날듯한 일이 일순 발생한다. 답이 없던 오빠가, 무심히 산책나온 강촌의 외길에 자가용을 몰고 나타난 것이다. 나정은 삐삐에 왜 응답하지 않았냐는 서운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더욱 속쓰리게 만드는  물건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오빠옆에 놓여진 화이트데이 선물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여자친구의 것.

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는 오늘밤 오빠는 집에 들어오지 못한단다. 그 말을... 짝사랑하고 있는 자신에게 전해달라니! 

나정의 입이 불쑥 나오고 묵묵부답이 되지만 쓰렉은 밝게 웃으며 가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불쑥 한가지의 의구심이 든다.

설마? 설마?

 

차가 멈추고, 쓰렉이 나정에게 달려온다.

나정은 모른척 외면한다. 자신에 눈속에 나타난 설렘을 감추기 위해서일까. 어쩌면 오빠가 안간다고 할지도 몰라. 쩡아 미안하다. 오빠도 니 좋대.. 이렇게 말해줄 지도..

 

쓰렉이 나정에게 외투를 벗어 입혀주는 순간, 나는 쓰렉의 빈 점을 알아차렸다.

나정은 .. 그에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존재, 반드시 뒤돌아보게 만들고, 꼭 한번은 얼굴을 따뜻하게 감싸주고픈,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 드러난 미세한 감정을 들여다보고픈... 비록 쓰렉은 아무일도 아닌듯 무심히 웃지만,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그가 결코 쩡에게 만큼은 무심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흔들리는 사랑을 눈치채게 된다.

 

나정은 향후 늘, 쓰렉의 짝사랑에 답받지 못할때 이런 표정을 짓는다.

모든 것이 드러나는 표정이다. 속상함, 말하지 못함, 서운함, 그리고 아픔.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이지 쓰렉은 나정에게 등돌리지 못한다.

 

비록 여자친구의 머리염색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이별통고를 받았다고 했지만.

그는 다시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여친이라고 믿는 존재에게조차도 그렇게 무심했지만, 쩡에게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었기에,

화이트데이를 망쳐버린 기분은 던져버리고, 쩡이 좋아하는 사탕과 초콜릿 바구니를 들고와 무심히 던진다.

'니 묵어라. 치카치카 뽀카뽀카 하고'

 

나정은 그것만도 너무 좋다. 작은 응답.^^

 

그래서, 소심하게 오빠 방문을 살짝 열고는

풋풋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오빠... 잘 자.'

사실은.. 오빠, 고마워. 가 아니었을까.^^

 

쓰렉은 난데없이 굿나잇 인사를 하는 나정의 행동에 설핏 웃음소리만 낸다.

그녀의 변화가 귀엽고 낯설지만 그는 다정하게 이렇게만 답한다.

'오야'

 

정의 마음은 이제 쓰렉에게만 꽂힌다. 윤진의 말을 빌리자면 그를 보는 눈빛이 다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은 들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으레 쓰렉에게 핀잔을 날린다. 

그런 정에게 쓰렉은 한마디 응대도 못한채, 무시히 목만 긁적인다.

후일 해태와의 술대화를 통해 이런 행동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된다.

'내도 마음이 있으니까 동생같은 아한테 이리저리 휘둘리는거 아이가'

 

 

멜론씬. 난 이 씬이 참좋다. 이 한씬에 많은 이야기와 웃음과 설렘이 담겨있기에.

무릎베게에 훅 놀란 나정이. 무심히 멜론국물을 닦던 쓰렉의 행동을 변태처럼 느껴 활짝 놀라던 나정이. 그리고 습관처럼 그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습관처럼 쓰렉을 말했다. '오빠가 미안해.'

이 말들이 후일 얼마나 우리를 아프게 했던가. 

 

 

그는 비록 동생에게 머리를 쥐어잡힐 때도 있지만

때로는 개쓰렉 취급을 당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모든것을 배려하는 큰 어른이 된다.

일화어머니가 가슴아픔을 숨기고자 똑똑 따버린 콩나물 대가리를 보는 그의 뒷모습도 인상적인 부분.

그는 그 순간 다시 훈을 대신하는 아들이 된다.

 

놀면뭐하노.

이 무심한 말투 뒤에 어마하게 생략된 많은 말들이 보인다.

'훈이 죽었다고 슬퍼하지 마라. 오빠가 있잖아. 언제든 널 위해 뭐든 다 할게. 내가 다 할게'

 

 사소한 이 고무장갑씬과 수도꼭지 장면 또한, 그래서 우리를 설레게 했으리라.

 

 

우리 쩡이 참 착하네...

사실 쓰렉은 어떻게 정이를 위로해야할지 고민하고 고민했으리라.

 

나정의 머리에 작은 뽀뽀를 날리며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으리라. 차마 나정이 자신을 짝사랑한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채.

 

또한  

밤새 뒤척이며 일화어머니의 콩나물 대가리를 떠올렸을 것이고, 새벽에 일어나 하숙생 밥상을 차릴 나정을 생각하며, 그 속이 어땠을까 고민이 많았으리라. 그는 뒤척이고 뒤척이다가, 아버지와 일화어머니가 나가시는 인기척을 듣고 새벽에 배웅까지 하고 왔으리라.

어무이 잘 도착하셨다는 무심한 쓰렉의 말에.

그래서 나정은 움찔 굳었는지도 모른다.

오빠는... 내 속을 다 아나?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아나? 울엄마아빠가 아프다는것을 다 아나?

그리고 나정은 또 생각했으리라.. 오빠는 마음이 아프지 않나?

 

쓰렉은 하루종일 나정에게 전화를 건다. 빈집에서 혼자 분주히 움직일 그녀. 마음이 산란하면 허리가 동강나도록 결벽증 증세를 보이며 청소를 하고 반찬을 만들었을 그녀가, 쓰렉은 하루종일 걱정이 됐드랬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동준과 선준과 대화를 하면서도 쓰렉의 시선은 오로지 쩡에게만 향해있다. 그녀가.. 

 

야구모자를 쓴 쩡이가... 아픔을 숨긴다. 혼자서 삭이려 든다.

그러나 쓰렉은 안다. 오롯이 느낀다. 훈의 죽음을 함께 받아들인 그녀가 아닌가. 

 

모자를 벗기고, 섬세하게 그녀의 이마를 집는다.

모자를 벗고 드러난 쩡의 눈빛은 지치고 공허하다. 쩡의 눈빛.. 아, 쓰렉은 사실 가슴이 미어지지 않았을까. 

 

니 아픈데.

내가 새벽부터 널 지켜보고 있었지만, 넌 여전히 아프구나. 내가 암것도 못해주는 구나. 니 아프구나 여전히.

 

오빠의 말 한마디에, 나정은 방에 들어와 무너진다. 울지만 소리내지 않는다.

훈오빠의 거짓말 같은 죽음은 이렇듯, 10여년이 흘러도 한결같이 고통스럽다.

거짓말처럼 진실이 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쓰렉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물.개.인.형.

향후 고릴라 인형을 향한 사랑을 대변할 이 물개인형을 쓰렉이 되찾아 선물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우리는 과거상처를 묻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게 될 때 치유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치유자 역할과 가교를 한 사람이 쓰렉이였음을 간과할 수 없다.

 

 

나정은 비로소 아픈 자신의 과거를 응시한다.

쓰렉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큰 어른인가. 

 

오빠의 방으로 달려온 나정.

쓰렉은 그 순간에도 뭔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까지도 쓰렉이 나정의 약을 찾고 있음을 알게 됐을때... 이 남자, 먼저 나정을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정이 아플때 쓰렉은 온종일 그녀를 향해 있었다! 

 나정의 첫사랑 고백은 나정 스스로도 놀랍고

쓰렉에게도 당황스럽다. 그는 정말 나정의 고백을 만우절 장난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 거짓말이, 진실예고편같아서, 그 두려움에 오버하며 그녀의 볼따구를 잡아당긴것일까. 

 

비록 나정의 고백은 쓰렉에게 식겁한 만우절 장난이 되었을지라도.

나정은 사랑에 응답받기 위해 성큼 성큼 걷기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쏟아지는 봄비의 상큼함에 결심을 굳힌다.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쪼개진다...

내가 윤진이가.

이 물음에는 나정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 쓰렉은 그 사실을 안다.

농담으로 넘기고 그녀의 볼을 장난스럽게 잡아당겼지만, 이만큼씩 다가오는 나정의 마음을 진실로 알게되고 

 

그로인해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나정의 눈을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그도 이런 두려운 순간에는 모자를 쓴다. 나정처럼. 

 

하지만 봄이가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지고, 첫눈이 내리는 것은, 신도 막을 수 없듯이.

더이상 나정의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고백한다. 그거 진짜라구.

진짜... 오빠 좋아한다고. 

 

쓰렉의 답을 나정은 현명하게 막았다. 그에게 공을 넘기지 않는다. 선택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나즉하게 말한다. 고마 내 마음만 알아달라, 이렇게 안아만 달라...

그래서 나정이 오빠와 영화인의 밤에 가자는 커플 약속을 잡으려는 순간, 그 마음이 얼마나 긴장되고 설렜을까 싶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어쩌지..

메시지를 남기고 답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답이 온다!

 

뭐 수업은 있는데.. 금요일날 보자.. 그리고 김건모노래가? 오나가나 천지에...

이런 무심한 답으로, 쓰렉은 나정에게 툭.툭. 가벼운 응답을 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정에게 작은 변화가 인다.

 

오빠의 이사.

이때부터 칠봉의 미세한 눈길이 나정을 쫓는다. 

 

자신의 고백이 오빠를 떠나게 만들었다는 극심한 후회가 인다.

오빠가 아니라고 아무리 부정해도.. 자꾸 묻게된다. 진짜가? 

 

이렇게라도 오빠 붙잡고 싶은데..

 

우리는 여기서 이 신촌하숙생들이 왜 이토록 우리 마음을 울리고 그립게 만드는지 깨닫게 된다.

빈 맥주캔을 굴리는 쓰렉에게 해태는 위안을 건넨다.

'형님, 술한잔 하실래요?'

 

 

형님 여자친구 있대요?

해태는 쩡의 궁금증을 쓰렉에게 대신 묻는다. 사랑과 우정사이에 놓였던 쩡에 대한 연민과 성님이라고 부르며 의지하고 기대왔던 쓰렉의 행복한 해피엔딩을 보고픈 해태의 이 첫대사는... 21회 마지막 대사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첫사랑이 결국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가장 궁금했던 그 질문.

'그럼 나정이랑 사귀었대요?'

 

쓰렉에게 이미 나정은 사귀고 안사귀고의 존재가 아닌,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주변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어쩌면 쓰렉은 자신 혼자, 이미 사랑앓이를 해왔음을... 칠봉과 나정의 벌주키스때부터, 아니, 소개팅해준 군대선배가 나정의 삐삐번호를 요청한 순간 단호히 거절했던 그 순간부터, 사실 쓰렉은 나정을 앓아왔다. 

 

그래서 그의 마음도 조급해진다. 교수가 수업을 질질 끄는 동안에도 초조하게 시계만 본다. 

 

볼펜만 똑닥인다. 그가 가지 않으면 나정은... 나정은 마음이 아플낀데.. 오로지 ㅡ 그 생각뿐이다. 

 

이렇게 슬픈 나정의 모습을 쓰렉은 상상했으리라.

그렇기에 기다리고 기다리며 응답받기를 요청하는 나정에게

결국 쓰렉은 응답하리라.

짝사랑에 응답받는 나정의 방법은 그래서 풋풋하고 아프고 소박하다.

오빠만을 보고, 그에게 고백하고 안아달라 말하고, 삐삐만을 보고 답받기를 기다리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