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다.
며칠전 대학원 원우들과도 프로젝트 모임을 하면서, 세월호 참사앞에서 우리가 보는 시각의 전환에 대한 난상토론이 있었다.
그래, 우리는 모두들 분석하고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이 지나고, 어쩌면 또 서서히, 아니 한달도 채 안되서 잊을런지도 모른다.
나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나 자신을 반추하게 된다.
시스템의 부재, 저만 살고자 도망친 선박직원들, 컨트롤 타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 구조시스템이 엉망인 해경과 해수부의 관리체계, 선박운행에 대한 정보를 주고 지켜봐야할 관제센터의 엉터리 시스템...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많이 들어본 말,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어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보여준 김상중의 마지막 멘트가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이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하다'
그는 실종자와 생존자들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것이 내가 취해야 할 자세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여객선에 자가용을 싣고 많은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단 한번도 '왜 이렇게 많은 과적을 하는가'라고 따져본 적이 없다. 저렇게 많이 실으면 위험하지 않나? 라고 자문은 했지만, 그것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해본적이 없다.
여객선 안에서도 비상안전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라고 느꼈지만, 왜 해주지 않나, 건의하거나 따져본 적이 없다.
사실 사회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엉터리 관행이 있었고, 내가 그것을 눈으로 목격했지만, 그것의 개선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거나 문의한 적이 별로 없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위반하고 달리는 아이를 제지해본 적도 없다.
속으로 '저놈의 자식, 부모교육이 잘못된거지' 혀만 끌끌 찼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무질서에 대해서, 나이든 어른으로 아이를 야단치거나, 잘못된 어른에게 꼬집어주거나 한 적이 없다.
결국, 나부터도 부조리를 외면하는 관행을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온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더 것이다.
누구를 질책하겠는가.
얼마나 부끄럽고 이기적인 어른이었나.
앞으로의 개선점과 대안에 대한, 얼마나 많은 토론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있을지 예측된다.
하지만, 지금의 나!
나는 어떻게 내 자신의 관행을 깨뜨리는가! 나를 깨기 위한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진정 바다에 잠든 아이들에게 용서를 비는 첫번째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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