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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Gravity) - 2012년. (산드라블록, 조지클루니 주연)

언제나봄 본계 2014. 1. 17. 01:09

지구밖 600킬로미터의 세상은 어떨까.

스타워즈나 에일리언처럼, 별들이 전쟁을 벌이고, 외계인들과 사투를 벌이는 그런 공간일까 과연.

과연, 지구밖 우주속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어려움은 다른 생물과의 접촉이나, 전쟁같은, 그토록 거국적이기만 할까.

그래비티의 첫인상이 나에게 준 것은, 침묵에 대한 경이로움이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대화들(지구의 휴스턴, 우주의 익스플로어, 그리고 우주복을 입고 작업하는 두 사람 매트소령(조지클루니)과 라이언 박사(산드라블록))은 도저히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암흑과 적막의 공간 우주속에서, 온전히 그들의 일상에 귀 기울이게 만들면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종일관의 섬세함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을, 90분간의 사투를 그리는 사건의 시작. 위성이 폭발하면서 파편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들이 지지대로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우주정거장의 파괴, 우주정거장 안의 탈출선의 고장...

사실 인간은 똑바로 서지 못한다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한다면, 얼마나 서럽고 불안한가.

순간의 폭발로 빙글빙글 돌며 자신의 좌표를 잃고, 한도 끝도 없이 어딘가로 부유하는 우주인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력! 그 중력이 지구에서는 고통이었는데 말이다.

 

연료가 떨어지고, 동료는 스스로 끈을 잘라 먼 우주로 사라지고,

라이언 박사, 그녀는 삶의 무게를 비로소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지구에서 그녀를 내리눌렀던 고통의 무게, 그것은 다름아닌 4살박이 딸의 급작스런 죽음.

그 고통의 무게= 중력, 을 피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우주.

침묵과 무중력과 고요만이 가득한, 우주였다.

그런데 그 우주속에서 그녀는 선명하게 부유하는 자신의 눈물을 느낀다. 그것은 사라지지도, 깨지지도 않은 그녀의 일부이자 삶.

한번도 기도해본 적 없고, 그래서 기도할 줄 모른다는 그녀의 고백과 함께,

그녀는 비로소 우주에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참회한다.

그리고 자살하기 위해 탈출선의 전원을 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내부는 살고싶어하는 희망의 환상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녀와의 연결줄을 끊어버리고 사라졌던 매트 소령.

갑자기 탈출선의 창문을 두드리고, 들어와버린 그. 정말이지 나도 간곡히 그가 살아와 돌아와주기를 바랬기에, 이 아름다운 장면은 마음의 위완과 안식을 준다. 그러나 

이내 산드라의 질문에서 묵직한 슬픔을 눈치채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왔죠?"

 

어쩜 그녀가 간절히 살기를 바라는 데서, 외로움에 대한 큰 두려움 속에서

희망이라는 그의 존재를 불러왔을 것이다.

더욱이 우주 안에서, 산소가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환상이라는 점과 연결시킬때, 이것이 단지 그녀의 상상씬이라는 설정은 지극히 매끄러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대령이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것.

대령의 말처럼 '떠나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녀가 딸을 떠나보내야 비로소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듯이.

 

아. 난 이 부분이 가장 좋다.

땅을 지지하고 일어서는 것. 처음엔 휘청거리고 주저앉기까지 한다.

탈출선에서 비상착륙해, 어느 호수 깊숙이 가라앉은 곳에서,

팔딱이며 헤엄치는 개구리의 뒤를 따라, 온 힘으로 헤엄쳐 강밖으로 나온 그녀.

그녀가 기어서 기어서, 호수에서 나와

땅의 일부에 머리를 대고, 주먹으로 흙을 만지며 미소를 짓고는,

마침내 그 흙에 기대어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모습.

삶의 무게... 이제부터는 견딜수 있겠다, 이게 생명이고 삶이다... 라는 메시지가 이렇게 단순하고도 절묘하게 전달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