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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용어와 문장 (이태준 선생님의 문장강화중)

언제나봄 본계 2014. 1. 16. 21:00

문장은 일체의 언어로 짜지는 직물.

언어에 따라 비단이, 인조견이, 무명이 되기도 한다.

언어에 대한 인식과 세련 없이는 비단 문장을 짜지 못할 것이다.

언어에 대한 인식으로는 무엇보다 먼저 유일어의 존재를 의식해야.

 

1) 유일어 찾기

* 한 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밖에는 없다 - 플로베르

* 우리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 말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동사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선 한 형용사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한 말,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 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런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추어버린다든지,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 된다. - 모파상

 

- 유일한 말 = 그 말은 그 뜻에 가장 적합한 말을 가리킴이다.

 

예) 달이 밝다

 

= 달이 휘영청-하다.

= 달이 훤- 하다

= 달이 환- 하다

 

... 달이 보이고 쨍쨍하게 밝은 데서는 밝다, 나 휘여청, 인데 그중에서도 휘영청, 이 더 쨍쨍한 맛이 날것이요, 달은 보이지 않고 빛만 보이는 데서는 훤-이나, 환-인데, 그중에도 훤-이라 하면 멀리 보는 맛이요, 환-이라 하면 가까이 미닫이나 벽같은 데 어린 것을 가리키는 맛이다.

 

* 외모로 사람을 취하지 말라 하였으나 대개는 속마음이 외모에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도 쥐를 보고 후덕스럽다고 생각은 아니할 것이요 할미새를 보고 진중하다고는 생각지 아니할 것이요 돼지를 소담한 친구라고는 아니할 것이다. 토끼를 보고 방정맞아는 보이지마는 고양이처럼 표독스럽게는 아무리 해도 아니 보이고 수탉은 걸걸은 하지마는 지혜롭게는 아니 보이며 뱀은 그림만 보아도 간특하고 독살스러워 구약작가의 저주를 받은 것이 과연이다-해 보이고 개는 얼른 보기에 혐상스럽지마는 간교한 모양은 조금도 없다. 그는 충직하게 생기었다. 말은 깨끗하고 날래지마는 좀 믿음성이 적고 당나귀나 노새는 아무리 보아도 경망꾸러기다. 족제비가 살랑살랑 지나갈 때 아무라도 그 요망스러움을 느낄 것이요 두꺼비가 입을 넓적넓적하고 쭈그리고 앉은 것을 보면 아무가 보아도 능청스럽다

 

- 이광수의 '우덕송'중에서

 

...요망스럽다, 는 것이 족제비의 성질에 알맞은 말이라면 그 요망스러움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설렁설렁'보다 '살랑살랑'이 적합한 형용사이다. 이런 경우에 살랑살랑은 제일 적합한 말, 즉 유일어다.

 

 

2) 말을 많이 알아야 할 것

- 만취일수 = 여럿에서 하나를 골라내는 일이다. 먼저 여럿이 없이는 고를 수 없다.

- 먼저는 말 공부를 해야 한다. 무슨 학문어, 술어를 배우라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속어일체에 통달해 훤히 알아야 한다. 말 공부의 방법은, -- 듣는 것, 읽는 것, 만드는 것. 이다.

 

 

3) 스스로 발견해 만들어 쓸 것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뭇차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반예)

세월은 유수와 같다.

...진리는 의연하되 얼마나 케케묵은 형용인가. 귀에 배고 절어서 도리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문장에서야말로 특허권 윤리를 지켜야 한다.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은 좋은 말을 쓰려는 노력일 것이다. 생활은 자꾸 새로워지고 있다. 말은 자꾸 낡아지고 있다. 말은 영구히 '헌것, 부족한 것'으로 존재한다. 글 쓰는 사람은 그 오늘 아침부터라도 이미 존재하는 어떤 언어에도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끊임없는 새 언어의 탐구자라야 한다.

...글 쓰는 이는 문장보다 먼저 언어에 책임이 크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