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

가끔은 기적이 일어난다

언제나봄 본계 2014. 2. 8. 22:51

방송통신대학원 문예창작과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왔다.

하루 종일 예측못하게 날려대던 눈발처럼,

오늘 이 모임은 나의 예측을 뒤집어버렸다.

글을 쓰기위해 온 사람들의 간단한 자기 속에서 나는 저마다의 사연을 보았다. 그중, 살기위해 왔다는 스물여섯 꽃띠처녀의 고백에 나는 잠시 놀란 가슴이 되었다. 절박하게 들렸다. 그것은 또한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저마다의 절망과 절박함으로 온 사람들, 연륜과 나이때문에 경험을 글로 풀어야할 것 같은 강박에서 옴쭉달짝 못하는 우리들에게,

과연 오늘 오리엔테이션은 답을 줄 수 있을까.

응답할 수 있을까.

 

아, 난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으로 기쁘게 울었다.

응답을 받고, 기적을 경험했다.

 

2시부터 시작했던 오리엔테이션은 6시30분에나 1차 마무리가 되었다.

그 시간동안, 조교의 설명과 도서관 이용방법,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원우회 선배님들의 눈길...

가장 좋았던 것은, 훌륭한 커리큘럼과

그 수업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모두 참석해주신 교수님들!

그런데 설명조차도 결코 예사롭지 않은 훌륭한 지침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의 의미.

아이가 책상에 앉아 책더미에 묻힌 모습을 상형한 배울 학, 자와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살 생자의 또다른 의미는, 목숨을 걸다라는 것.

배우는 것에 목숨을 걸라는 손종흠 교수님의 말씀때문에 내 가슴은 새삼 열정으로 두근거리고 설레기 시작했고,

 

외로움과 고독이 있을 때, 가족을 떠날 때, 글이 나온다는 박태상 교수님의 조언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게 오늘 일어난 기적은...

2차 저녁식사 모임에서다.

내가 방통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커리큘럼.

그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커리큘럼이,

이상진교수님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임철우 교수님의 소설작법이었는데,

식사 테이블에 이상진 교수님과 합석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처음에 눈도 못맞추고 불편해하는 신입생들에게

나도 불편하다, 는 가벼운 농담으로 포문을 여신 교수님은

이후 식사내내 내가 목말라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시기 시작했다.

캐릭터... 가 무엇인지조차 너무나 희미하게 알았던 나에게 '인물' '사람' '성격'에 관한 이야기다.

이 공부를 통해 충격적일지 몰라도 '좋은 독자로 남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그 말은...

나에게 힐링이 되어주었다.

매일 한 단어도 쓰지 못하면 칼끝처럼 예민해지는 내 신경을 무디게 해주셨다.

과연 글재주는 타고나야 하는가.

라는 늘 괴롭히는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도, 창작은 연습이다,

결국 글은, 얼마나 고뇌하느냐에 달려있다, 는 위안을 주셨다.

 

식사하는 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만큼,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참 좋은 배움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그리고 글을 쓰다 절망감에 시달렸다면,

방통대학원 '문예창작과'가 작은 기적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