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지막.. 루브르에서 행복하고, 노틀담에서 울다.
파리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다시한번 베르시 호텔의 맛난 조식을 먹고,
프론트에 짐을 맡긴후 노틀담 성당을 향해 출발합니다.
쌩테밀리옹 역에서 지하철에 탄후 - 샤틀렛 역에서 환승하면 노틀담성당 인근 성 미셀역에 내리실 수 있습니다.
노틀담 사원은 입장료는 받지 않지만 영화 노틀담 곱추에 나온 종탑을 보시려면 8유로를 지불하시면 됩니다.
다만 종탑을 보기 위한 줄이 엄청 길다는걸 감안하시구요^^
오전 10시에 관광객에게 오픈을 하지만 전 이번에도 이른 아침인 8시30분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9시 미사를 위해서 문이 열려있어서 내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관광객이 붐비지 않는 시간인지라 너무나 아늑하고 거룩했습니다.
우선 실내에 들어서면 작고 잔잔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아래 곳곳에, 촛불(2유로)제단이 있구요, 모든 성인들과 마리아의 조각상들이 있습니다. 이 스테인드 글라스는 로즈 윈도우, 즉 장미창이라 불립니다.
노틀담 성당 외경을 담아봅니다.
노틀담 성당은 '우리 여인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외부는 고딕양식의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상과 부조로 뒤덮여있는데요,
노틀담 사원은 1160년 비숍 드 셜리 주교에 의해 건축되기 시작해서 무려 200년 뒤에 완공되었습니다.
유럽최고의 고딕양식의 상징이라 불리는 노틀담 사원은 2개의 종탑과 3개의 문으로 외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래에 찍은 부분은 노틀담 사원의 옆모습이고, 옆의 문은 작은 쪽문입니다.
현재 노틀탐 성당은 파리주교의 대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죠.
노틀담 성당의 유명한 이유는 소설 '노틀담의 곱추'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잔다르크의 명예회복 선언이 이루어졌구요, 나폴레왕 황제의 대관식과 미테랑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 역사적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외벽 건물 곳곳에는 악마의 형상의 몰골들이 교회를 탈출하는 듯한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끔찍하지만 경이롭습니다. 사실 이 몰골은 노틀담 사원을 짓는중에 건설인부들이 새겼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혹독하게 부리던 감독의 얼굴을 형상화해서 새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 외부에 툭 튀어나온 괴수(가오일)를 만든 진짜 이유는 낙수받이(떨어지는 빗물을 받음)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당의 세 입구의 문을 차례로 설명드리면 첫번째 문은 오른쪽에 위치한 성녀 안나의 문입니다.
성 안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자와 안나 라는 그림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5월28일이 축일인 성녀 마리아 안나 아 예수 데 파레데스(Maria Anna a Jesu de Paredes)는 에콰도르의 수도였던 페루비안 마을에서 태어나, 마리아 안나 데 파레데스 이 플로레스(Maria Anna de Paredes y Flores) 즉 ‘키토의 꽃’이란 이름을 얻습니다.
에스파냐 명문 귀족의 딸로 태어난 그녀였지만 어릴 적부터 신심이 뛰어나서 로사리오와 십자가의 길의 기도 바치기를 즐겨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일본으로 선교를 떠나기를 원했지만, 그 뜻은 이루지 못하고, 고해신부인 예수회원의 지도를 받으면서 독수자처럼 생활하였습니다.
성 안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묵상했다고 전해집니다. 죽음을 묵상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신의 영역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심지어 그녀는 관을 하나 마련해서 금요일마다 들어가 그 속에서 지내며 죽음을 묵상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쇠사슬로 묶고 고행자가 입는 말총 속옷을 입었으며, 가시관과 쇠못관을 만들고 고행했습니다.
음식은 극히 소량만 먹었고, 물은 그리스도의 갈증을 느낄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입을 축이는 정도였는데요, 이로 인해 그녀의 기도가 기적을 일으켜 병든이를 고치고 예언의 은사까지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고 사망했습니다. 당시 1645년 키토 지방에 지진과 더불어 전염병이 번졌는데, 사순 제 4주일의 강론을 들은 그녀는 자신이 백성의 희생물이 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던 것이죠. 그와 동시에 지진은 멈추었으나 그녀는 26세의 나이로 운명하고 말았습니다.
성모마리아가 가장 좋아하시는 로사리오(묵주)기도를 즐겨바친 점으로 미루어, 그리고 꽃다운 나이에 절명한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화가들은 성녀 안나를 즐겨 그렸습니다.
다음에 보시게 될 가운데 문은 최후의 심판문입니다.
마지막 날, 부활하신 예수가 다시 산자와 죽은이를 심판하러 오실거라는 성서의 기록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예수의 발밑에는 악의 기원인 뱀이 밟혀 있습니다.
성서에 기록된 것처럼 최후의 심판의 날에는 악이 소멸되고 징벌당하겠지요.
가운데 예수를 두고, 양 옆에는 6개의 조각상이 서있습니다. 도합 12명의 조각상이니 열두 제자를 상징한다 보면 됩니다.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문의 이름은 성모마리아의 문입니다.
가운데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를 안고 있고, 그 뒤로는 천사들과 함께 성당을 짓는데 공헌한 모리스 쉴리와 루이7세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날 저는 오전 9시 미사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침미사에 온 신자는 저까지 포함해서 5명이었는데요, 불어로 미사를 주시는 신부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저는 감동에 젖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주시는 성체를 경건한 마음으로 받아 모셨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눈물이 나고 심장과 손이 떨리더군요.
아무튼, 가톨릭 신자이신 분은, 굳이 관광객들이 붐비는 10시에 맞춰서 가실게 아니라, 오전 9시 미사에 참례하시기를 권고해봅니다.
또한 주일 4시 미사에서는 아름다운 성가대 연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자, 이제 주옥같이 아름다운 조각물로 만들어진, 성서적 이야기가 풍부한 세 개의 문을 나서서 광장으로 나가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면에서 본 노틀담성당의 전경을 담습니다.
노틀담 성당 앞에는 작은 광장이 있는데요, 이 광장은 파리 거리를 재는 기준인 제로 포인트입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관광객들이 몰려와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한적하고 고요했던, 그리고 침잠된 채 미사에 깊이 임했던 제 마음의 설렘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얼른 번잡함을 피해 발길을 돌립니다.
노틀담에서 퐁네프 다리까지 걸어가봅니다. 하지만 퐁네프 다리의 모습은 생각보다 너무 평범해서 사진에 담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실망감을 안은채, 다시 루브르까지 걸어가봅니다.
루브르 광장에 막상 서보니 정말 어마무지하게 넓습니다. 그리고 이미 관광객들이 입구에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었습니다.
곧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루브르 박물관 관람은 포기합니다. (제 여행중 가장 아쉬운 부분중 하나인데요, 루브르 박물관을 다 관람하려면 한달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넉넉하게 하루?^^를 잡아서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도 꼭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루브르의 요금은 10유로입니다만, 수요일과 금요일 야간입장하시면 6유로입니다. 그리고 첫째 주 일요일은 항상 무료랍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점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지원된다는 겁니다. (요금 6유로)
루브르는 1190년 원래 왕가의 성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세계최고의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대부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말로의 비너스를 보기 위해 애를 쓰는 곳입니다.ㅋㅋ
이곳광장 계단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쉬고 있었는데요,
웬 동양인 아가씨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합니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홍콩이라는군요.
전 코리아라고 답했는데요, 아가씨가 1박2일의 점프 포즈처럼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멋진포즈를 위해 무려 11번 재사진을 계속 찍었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나온 사진이 어찌나 멋있던지 그 아가씨도 저도 꺄오~~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죠^^
바로 요 아래 부분이 그 아가씨가 점프한 장소입니다.
저도 연이어 점프를 해서 사진을 찍었답니다.ㅋㅋ
이제 루브르를 지나서 아름답고 한적한 튈리리 정원을 거치고, 다시 콩코드 광장 인근까지 가봅니다.^^
참고로 루브르~튈리리정원~콩코드광장(상젤리제에서 개선문까지) ~개선문, 이곳은 주요관광코스이고, 적당한 체력만 있다면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개선문까지 다다른 저는 퐁피두센터를 간다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탔습니다. 42번 버스였는데요, 자꾸 이상한 외곽으로 달리길래 물어봤더니 헐... 퐁피두 센터도 여러군데가 있다는군요. 결국 퐁피두센터는 포기하고 얼른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근처 메트로를 타고 고서적이 풍부한 성미셀거리로 다시 갑니다.
성미셀 광장은 파리편 맨 처음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적어놓았는데요, 이번에는 소르본 대학 인근의 미셀거리를 둘러보았습니다.
미셀광장의 분수를 바라보고 왼편은 저렴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거리라는 점 참고하시면 되겠구요,
전 세익스피어 고서점을 찾기위해 미셀거리에서 센강 쪽으로 조금 더 걸어 내려옵니다.
그러자 이렇게 영화속의 바로 그 장소 세익스피어 고서점이 짜잔 하고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고서들과 신간 서적들이 쌓여있는 책내음 가득한 곳입니다. 속안은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구요.
낡은 책냄새가 책좋아하시는 분들을 꽤나 설레게 만드는 곳이죠.
전 모네와 마네의 도록을 찾다가 그 복잡한 책더미에서 포기하고 그냥 나오고 말았네요.^^
아참, 이 거리에는 히스패닉계열 소녀들이 뭔가에 싸인을 해달라며 돈을 요구합니다.
무시하고 가지 않으시면 봉변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제까지 파리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맛나고 달콤한 파리의 먹거리 마들렌은, 공항면세점 안에서 구입하시는게 제일 맛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리고 파리는..
사람들이 다소 차갑고 무뚝뚝하게 느껴지만 웬지 모를 우수와 낭만에 젖어 있어, 여행후에도 계속 제 꿈 속을 유영했습니다.
파리는.. 길거리 곳곳의 크로와상 냄새와 에스프레소 향이 넘치고 그 맛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여행다녀온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전 파리의 미셀광장을 꿈꿉니다.
세차게 내리던 그 빗속에서 흠뻑 젖은 파리의 모습은 결단코 잊지 못할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