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티켓마스터에서 다시 보내준 상세확인서를 가지고 관람을 가시면 됩니다.
(참 티켓마스터 예매시 무작정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자칫 잘못하시면 보험료가 추가되어 대략 8천원 돈을 손해보시게 됩니다. 뭔가 동의하는 부분에서 insurance라는 단어가 보이면 클릭하지 마십시오. 보험료가 추가됩니다.)
옥스퍼드에서 내셔널 익스프레스(고속버스)에 오른 저희는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너무 많이 걸었고, 너무 더운 하루였지요^^
1시간 30분 남짓 꾸벅 꾸벅 졸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도착한겁니다.
굳이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까지 갈 필요는 없을것 같아서, 오페라극장과 가까운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다급하게 뛰어내립니다.
그리고, 오페라를 볼 생각에 흥분된 마음으로 거리를 걷는데, 아뿔싸!
제 손이 너무나 허전하더라 이겁니다. 헐..
에슈몰린 박물관에서 산 어머니의 스카프 및, 각종 기념품, 총 15만원 상당의 물건을 그대로 놓고 내린거죠.
시간은 이제 5시30분. 택시를 타려는데, 눈앞에 인력거가 섭니다.
바로 자전거 인력거인데요, 제가 다급하게 사정을 설명하자, 일인당 10F를 요구합니다. 헐.. 그럼 한국돈으로 대략 2만원.
택시비는 보통 편도로 40F정도이니.. 그래도 인력거가 반값이다 싶어서 훌쩍 올랐탔습니다.
그랬다가... 무척이나 모험적인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층버스와 택시, 자가용 사이를 사정없이 질주하고 커브를 틀며 탈리는 인력거는 얼마나 요동을 치는지, 놀이공원 청룡열차 뺨칩니다.
하지만, 런던 시내를 낮은 눈에서 볼 수 있어서 꽤 매력적입니다.
저는 다음에 다시 가면, 꼭 자전거 인력거를 한번 더 타보렵니다.
그리고 자전거 인력거꾼의 등에 베는 땀과, 손바닥의 굳은 살을 보신다면.. 웬만해선 가격을 깎지 마시길..
아무튼 그의 순발력덕분에 30분만에 빅토리아 고치 스테이션에 도착합니다. 그때 시각이 6시.
뮤지컬 관람시각 7시 30분까지.(7시까지 입장해야함) 한시간 반이 넉넉히 남았다고 생각했으나..
웬걸.. 코치에는 유실물 보관센터가 없습니다.
이리저리 발을 동동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다가, 네셔널 익스프레스 버스 사무실로 가봅니다.
한칸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곳으로 깐깐한 백인남성과 여성이 사무를 보는 곳인데요.
제 사정을 설명하는데
그들이 이럽니다.
'우리가 찾아줄 의무가 없다. 니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헉!
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 합니다.
겨우 해준다는 팁 하나가, 그 운전사를 직접 한번 찾아보라,이겁니다.
그순간 저는 입을 앙다물고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수십대의 고속버스가 들고나는 것을 이리저리 휘젓는데, 안전요원이 또 제지를 합니다.
네 목숨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 있으니, 버스 사이로 다니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물건을 놓고 내려서 그런다. 제발 사정좀 봐주라.
몇번이나 말해도, 내 목숨에 대해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며 완강히 거부합니다.
하. 어떤 인간들은 내 물건에 책임이 없다하고, 이 안전요원은 자신의 책임감이 반대로 너무 강하다는.
그런데 안전요원들의 여친이 다가옵니다.
그가 반갑게 여친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저는 다시 버스들 사이로 뛰어들어갑니다.
그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나죠.
바로 제가 타고왔던 버스가 막 출발하려던 찰나, 제 앞에 버스를 세우고 문을 연것입니다.
그 흑인 운전수가 저를 기억하더니, 제 물건을 자신의 개인박스에서 꺼내어 웃으며 내주는 겁니다!
제가 무슨 말을 했겠습니까! 그저 탱큐를 수도 없이 외쳤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매점에서 가장 비싼 오렌지 주스를 사다가 그에게 줬더니, 그가 도리어 너무 고맙다고 악수를 청합니다.
세상에나...
아! 그때 신의 은총이 너에게..라고 해줬어야하는데..
아무튼 그리하여 전 제 선물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다시 피가딜리 서커스역에서 하차하여, 이렇게 뮤지컬 극장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물론 자리에 앉기전에 30분전에 입장해서, 게스트 룸에서 가벼운 와인이나 맥주, 술을 마시며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자리가 너무 높아서 현기증이 일 정도이지만, 공연무대가 꽤 잘보여서 흥분되기 시작하더군요.

처음 시작부터 대단합니다. 위의 커튼이 겹겹이 올라가고 오페라 유령 테마가 나오면서 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남주인공의 노랫소리..
와..그 노랫소리와 전 몇번이나 울음을 터뜨렸는지 모릅니다^^
상처때문에 반인반수처럼 살아왔을, 그리하여 존재감이 없는 한 남자의 짝사랑.. 처음엔 그렇게 사랑했다가, 결국 그녀에 대한 집착이 이어지고, 무시무시한 제안을 하면서 여러사람을 곤경에 빠트리지만, 결국은 그녀를 다른 남자의 품으로 보내게 되죠.
그 다음 그는 정말 유령처럼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인생에서 이토록 사랑받을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요.
내 재능을 알아봐주고, 나를 이끌어줄 멘토를 만날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요.
더욱이 내 욕심과 내 사랑을 인정해줄 그런 멋진 멘토 말입니다.
사실 오페라 유령은 여인들이 바라는 보편적인 멋진 남성이 아닙니다.
가면이 벗겨진 순간은 추악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추악한 자라고 사랑하지 말란법 없겠지요.
그의 사랑은 결국 다시 외롭고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지만 말입니다.
그 사람이 너무나 있을법하고 가슴에 닿아, 정말 눈물이 계속 흐르더군요.
잠시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다시 공연이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연인들이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다정히 손을 잡고 속삭이며 감상을 하더군요.^^
그 다정함과 세련됨이 몹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감동을 받은 이 연인들이 미치게 박수를 치고 환호했는데요,
저도 그들의 열기에 같이 흥분되면서 계속해서 눈물이 터져나왔답니다.

공연이 끝난시각은 거의 10시. 밖에 나오니 인력거꾼이 대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가딜리 광장에서는 젊은 락커들이 노래를 부르고 청춘들이 몸을 흔듭니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카메라 플래임이 흔들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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