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writer

담화란 무엇인가 (이태준 선생님의 문장강화중)

언제나봄 본계 2014. 1. 10. 00:00

담화는 그 글을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글속에 나오는 인물의 것이다.

...

그런데 '그 인물의 말'을 찾는 데는 몇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1. 하나밖에 없는 말을 찾을것.

 

갯가 사람 하나가 서울구경을 오는데, 서울 가서 뱃사람 티를 내지 않으리라 하였으나,

멀리 남대문의 문 열린 구멍을 보고 한다는 소리가.

"똑 키통구멍 같구나"

 

그 사람으로서 무심결에 할 만한 말, 말에 그 사람의 체취, 성미, 신분, 그 사람의 때가 묻은 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말이란 얼마든지 있을 것이 아니라, 결국은 하나일 것이다.

뱃사공이 남대문 구멍을 형용하는 데는 "똑 키통구멍 같구나"

철로 인부가 남대문 구멍을 형용하는 데는 "똑 터널 같구나"

 

2. 어감이 있게 쓸 것

 

문장은 시각에 보여주는 것이요, 담화는 청각에 들려주는 것이다.

담화는 눈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귀에 들려주는 것이니까 읽힐 소리로 쓸 것이 아니라, 들릴 소리로 써야 한다.

"나 좀 봐요" - 담화

"나를 좀 보아요" - 문장

 

담화는 그때 그 인물의 호흡에 더 관심을 두고,

무엇을 말하나?

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나?

에 주의하라는 것이다.

...

평상시에 여러 인물이 여러 경우에 무심코 내뱉는 말투를 베껴 수집할 필요가 있다.

 

 

3. 성격적이게 쓸 것

 

담화는 인물의 풍모까지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음영이다.

...

성격적인 것이란 개인과 개인이 다르다고 널리 보아버릴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남녀가 다르고, 또 같은 남성, 같은 여성끼리도 신분과 교양 따라 다르고, 또 동일인이라도 연령 따라 다른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예)

진지- 잡수셨습니까?

진지- 잡쉈습니까?

진지- 잡수셨어요?

진지- 잡쉈어요?

진지- 잡수셨에요?

진지- 잡쉈에요?

진지- 잡수셨나요?

진지- 잡쉈나요?

진지- 잡수셨수?

진지- 잡쉈수?

진지?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