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4 아픔과 치유의 종착점 21회 마지막 리뷰
21회. 재준이라는 이름찾기와 나레기 커플의 사랑으로 본 리뷰와 달리, 마지막 리뷰는 이렇게 정리해본다.
이것은 아주 아픈 치유의 과정이었다, 라고.
언제나 우리에게 시작을 알리는 신촌하숙 간판.
그러나 21회는, 그 간판을 차마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우리도 이별을 준비해야 했기에.
그래, 누구나 인정하듯이 가장 아픈 이들은 쓰렉과 쩡, 재준과 나정이었다.
아프다는 말을 토해낼 수 있을때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됨을,
상대방이 힘들고 아픈 순간에 함께 있지 못하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플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때, 제발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은.
그들의 사랑을 통해 우리가 본것은 아픈 후에 진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는 성장.
그래서 칠봉이도 아파야했다. 스토리상 그의 존재가 다소 무의미해보일지라도,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짝사랑을 했고.
그 짝사랑은 나에게는 기억되지만 상대방에게는 전혀 기억되지 않는,
마치 우리가 나레기커플의 사랑을 종국의 결말로 봤을때, 그의 짝사랑이 다소 초라해보이는 것처럼,
그렇다. 짝사랑은 작고 미약해보이고, 시간을 들여 노력해도 쟁취할 수 없는, 그래서 패배를 인정해야하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1994년의 사랑방식 중에서 짝사랑을 보여주는 칠봉의 모습을 그저 간과할 수만은 없다.
삼천포의 나레이션처럼, 그 사랑도 뜨거웠고, 짝사랑을 통해서도 우리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21회 중, 내가 가슴으로 본 씬 중 하나. 빙그레의 방문.
17회 나정의 프로포즈 이후, 한밤중 부산병원을 찾아온 빙그레를 우리는 기억한다.
쓰렉이와 국밥을 마주놓고, 그에게 한 서너마디의 말이 또 얼마나 따뜻하고 함축적이던가.
'다음엔 술 사주세요'
'선배가 있어서 좋아요'
'형'
나는 그 뒤 빙그레의 행보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또한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다이의 메시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수더분하게 보이기만 했던 그가 한 여자와의 사랑에 직진을 시작하고.
그리고 이렇게... 홀로 아파할 청춘을 찾아가 위로를 해주는 그...
그는 어느새 또 하나의 쓰렉이가 되어 있었고,
우리는 더이상 그를 화면에서 볼 수는 없지만, 그가 의대에서, 선후배 모임에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지치고 외로웠을 청춘들에게 늘 손을 내밀었으리라, 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또한 쓰렉을 통해 아픔을 알았고, 치유된 것이다.
그리고 쓰렉이처럼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그렇게 성장한 또 하나의 어른이 된 빙그레다.
자, 다시 나레기 커플의 과거로 가본다. 이 씬은 참 인상적이다.
과거 15회, 마당에서 홀로 숨어서, 오빠가 부모님께 허락받는 것을 기다리기만 했던 나정과 달리.
그리고 나정이 혹여 상처 받을까, 호주로 취업을 떠나던 날에도 나정의 입을 막아버리고,
쓰렉이 아버지를 설득한 것과는 달리,
이제 두 사람은 함께 무릎을 꿇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 잘 살겠습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용식이 아버지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고, 성동일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은,
두 가족 모두를 아프게 만들었던 이 둘의 사죄...
이 둘은 이제 함께 죄송하다 말할 수 있을만큼 성장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둘의 결혼이 곧 두 가족의 치유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나정은 진실로 쓰렉이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
철없이 오빠에게 10분만 커피 마시고 가라고 매달리고, 입술을 내밀며 뽀뽀를 해달라던 그 가시내가 더이상 아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묵묵히 밥상을 차리던 그녀! 일화 어머니!
아들 기일날 마산을 다녀오며 택시안에서 하염없이 울어야했던 그녀의 속병.
가슴속에 자식을 묻은 그녀의 아픔 역시도,
쓰렉, 재준을 통해 치유된다.
그래서 재준은 어른이다.
재준은 그래서 일화에게 너무나 고맙고 기쁜 존재. 우리 아들이다.
이제 우리는 성장한 2002년의 청춘들을 본다. 월드컵 응원으로 뭉쳐서 하룻밤을 지낸 뒤, 8년전 하숙을 하던 그 시절로 마법처럼 돌아갔다가 눈을 뜨고, 식당에 들어서서 차려진 밥상머리에서... 여기는 정말 눈물이 나는구나.
많이 먹으라, 는 동일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라고 답하는 칠봉.
외로운 승부사였던 그가, 비로소 가족안으로 들어오게 된 순간이다.
모두가 이제 더는 웃을 수 없는 밥상.
그리고 삼천포. 우~ 대형잡채... 우~ 형님식사...
서울촌놈이 되어 하루를 해메며 길치임을 증명했던 그도, 고기잡이 나간 배에서 첫키스를 소망하고 사랑을 얻었던 그도..
이제 눈물이 고인다. 뜨거웠던 그 시절을 보내야하기에.
하숙집 딸내미가 이뻐서? 라며 농담을 하고 먹방을 했던 쩡이도, 이곳에서 재준과의 사랑을 얻고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한때는 빠순이였고, 파트라슈였던, 마음껏 철부지였던 그 시절과 청춘들에게 안녕을 고해야 한다.
구성진 정감사투리를 남발하며, 늘 사랑을 쫓아 갈구하고, 쩡과 쓰렉 사이의 사랑의 고리가 되어보려 애썼던 그도,
삼천포와 아토피 비누를 두고 아웅거리며, 한메타자와 PC통신에 날밤 새고, 라카페에 사족을 못썼던 우리 해태도, 이제 한 시절로 보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많이 성장한 빙그레. 우리처럼 진로에 고민하고, 사랑에 가장 많이 고민했지만, 가장 크게 성장한 그의 아름다운 모습도 우리는 추억으로 보낸다.
윤진...정대만에서 왕조현이 된 그녀. 욕쟁이 서태지 빠순이에서 '너의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된 그녀.
말못하는 엄마에 대한 고백을 막아주던 따뜻한 삼천포와 함께, 그녀 역시도 이제 우리에게 안녕을 고한다.
마지막으로.
훈의 대리자이자, 쩡의 오빠이자, 동일과 일화의 우리 아들이었던,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기 고민이 컸고, 누구보다 어른 같았던, 그렇기에 사랑에 더욱 아파했던 우리의 쓰렉이 재준에게도
우리는 안녕을 고해야 한다.
아무리 맛난 밥상을 두고도 더이상 목이 메여 먹을 수 없게 된 이별.
이들의 사진뒤에 숨겨진 폭풍같은 눈물을 우리는 짐작한다.
함께 보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함께 행복했던 신촌하숙이여.
아니 응답하라 1994여.
이젠 정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