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4, 나레기커플의 리뷰5 (사랑의 완성은 성장&5,4,3,2,1)
나정이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을 쓰렉은 미처 눈치채지 못한다. 여기서도 우리는 쓰렉의 끝나지 않은 역할의 일면을 보게된다.
그는 늘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정의 선물도 그녀를 위한 선물을 생각했을뿐, 그녀가 받고픈 마음은 미처 헤아리지 못해서 엄청난 몰매질을 당한다.
그러고도 비싼 180만원짜리 자동꺼꾸리를 원하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사실 이때까지 쓰렉은 나정의 곁에 꼭 붙어 있었드랬다. 부산병원에 발령받기전이었기에, 불안하지 않았고, 사랑과 뽀뽀를 갈구하는 나정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불안감이 있을런지도 몰랐기에 그녀는 프로포즈라는 확답 선물을 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부산으로 내려가서 나정과 거리가 멀어진 순간부터 또 한편의 역전극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13화 고백전에 칠봉과 나정사이를 오해질투했던 가벼운 역전극처럼.
부산에 내려와 나정과 떨어진 순간부터 정말이지 쓰렉은 불안했다. 늘.
도서관에서 어떤 놈이 나정을 채갈까 두렵고,
나정의 마음이 날아갈까 불안했다. 보이지 않으니 선명하게 깨닫게 된 선물. 나정에게 그가 해야할 선물이 뭔지를, 그는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정의 불안했던 마음이 이제 쓰렉에게 넘겨진 순간이다.
밥상은.. 신촌하숙의 중요한 거름. 집밥은 늘 쓰렉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
우리는 5화에서 빙그레에게 반찬이 뭔지 삐삐치라던 쓰렉의 멘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 행복한 요소가 나정과 함께 등장했기에 쓰렉은 더욱 애달프고 그녀가 그립고 좋다.
그래서 급한 호출로 달려나가는 순간에도 나정에게 와락 뽀뽀한다.
나정은 마치 그의 아내가 된 것인양 그저 흐뭇하고 좋지만.
일이 밀리고 나정이 목욕간 사이 연락받지 못한 쓰렉은 불안함에 심장이 요동치고
그 와중에도 이성친구인 민정의 오버에 단호하게 거절한다.
'니가 왜 가는데'
이 말끔한 쓰렉의 사랑에 대한 자세는 어찌보면 참 중요한 그의 성질이 될 수있다. 그는 첫사랑 주경에게도 말끔히 마음을 정리하고 오롯이 나정에게 집중했으며(12화), 그에게 눈길받고 싶은 여자후배들이 달려들어도(5화) 눈하나 깜짝 않고 나정에게 셔츠와 시계를 주던 상남자다.
그런 그가 불안한 순간은 오로지 나정에 의해서만 가능할뿐.
그런데 요 아가씨는 상큼하게 답한다. 목욕했다라고.
이 씬은 그러나 가볍게 치부할 씬이 아니다.
쓰렉은 나정의 밝은 웃음뒤에 숨겨진 감정을 포착해낸다. 무딘 우리 시청자들과 달리.
밤새 오빠를 기다리다 잠한숨 못잤을 그녀의 서글픈 마음.
생일인데도 오빠에게 투정부리지 않고 담담히 넘기려는 그녀의 따뜻함.
그리고 수년간 짝사랑을 해오고 아직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그녀의 견고함.
그 모든것이 쓰렉의 입장에서는 애틋하고 마음 아팠으리라.
볼따구에 빼빼로를 가득 문 그녀지만, 그녀가 진실로 마음이 허할때 먹방을 한다는 것을 그는 잘안다.
서랍장안에 무엇이 있을지 우리는 일면 예측했지만.
그래, 그가 이렇게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할거라고까지 예측했다 치자.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현실적인 프로포즈를 할줄이야.
나정의 불안한 시선만큼이나 우리에게는 공감있게 다가온 프로포즈.
평생 잘해줄게.. 라고 말은 못하지만..
같이 있으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것같다.
오빠한테 시집올래?
오빠랑 결혼해주세요.
그녀의 눈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처럼 아름다운 생일선물이 준비되어 있을줄이야.
내 사랑이 더 큰게 아니라, 오빠의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그녀는 비로소 알고 한발 더 성장한다.
하지만, 90년대에는 여전히 아파해야할 일이 남아있다.
그 시대 한가운데로 들어온 쩡이.
예민하고 섬세한 그녀를 알기에 이제 쓰렉은 노크를 한다.
아, 이 노크.. 얼마나 불안한 복선인지. 아무리 이처럼 달달하고 행복할지라도..
그의 입에서 또하나의 불안한 대사가 튀어나온다.
'네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성격이냐..'
정말이지 쓰렉은 그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응원이라는 것을.
윤진이가 먼저 취직해 미소짓는 순간에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나정을 포착했던 그다.
니 될때까지 원서 넣을거잖아.
응.
쓰렉은 나정이가 쓰렉을 아는만큼,
그 이상 나정을 잘 알고 위로해준다. 그렇기에 그는 결국 나정을 호주로 보내줄 수 있었던게 아닐까.
결혼과 취직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그녀는..
정말 미안한 말을 내뱉는다.
결혼을 미루자고.
어떻게 결혼을 미루냐고.. 기막혀 하는 쓰렉에게 자신이 집도, 식장도 다 정리한다고 다급하게, 야속하게 말하는 그녀다.
쓰렉은 처음 단호하게 거부한다. 안된다 가지마라.
하지만 그가 내뱉은 그 말은 채 하루도 가지 않는다.
밤새 서럽게 울고 있을 나정을, 그는 안다.
그도 밤새 고민했으리라. 어쩌면 가슴으로 울었으리라.
그래서. 나정에게 다시 찾아온 순간
또다시 '오빠가 미안해'라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고.
나정도 울먹이며 '미안해'라고 말하고야 말았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미안함, 안쓰러움, 애절함..
그것이 슬픈 이별의 최종서막이 될줄이야.
그는 보내고도 보내지 아니했다.
2년이 소리없이 흐르고.
특별한 인연이 단 5분간의 나레이션으로 마무리되는 순간.
헤어지지 않은채로 헤어진 그들때문에 우리는 또한 얼마나 울었던가.
그로 인해 아버지 앞에 죄인처럼 서서
염병할 상한 낯바닥을 보이며 동일을 속상하게 만들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죄송하다는 말만 하는 죄인이 되어버린 쓰렉이
아직은 아들로 남아달라는 동일아버지의 간곡한 말의 의미때문에.
어머니가 짜준 붉은 장갑을 받고고 한참동안 울었드랬다.
정말 이들은 이렇게 끝이나는가.. 아, 그 순간.. 그들의 나레이션처럼 지랄맞은 운명! 그러나 꼭 있어야 할 운명!
마.주.침
헤어지지 않은 채, 서로를 외면하며 보지 않았다고 해서,
이별이 반드시 이별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직감한다.
커피집에 자리를 마주 앉아 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서서히 우리를 납득시키기 시작한다.
오빠의 모친상을 뒤늦게 알아버려야했던 지나친 배려.
울면서도 말짱한척 괜찮다고만 한 오빠의 혼자만의 오롯한 아픔.
단 한번이라도 우리, 아프면 아프다고 서로 말할것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것을 그랬다..
쓰렉은 지금 아프지만, 여전히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 상한 얼굴이지만 여전히 괜찮다고만 하는..
나정은 그래서 일어나 처연히 갈 수밖에..
오빠의 입에서 나오는 괜찮다. 잘 지낸다. 미안하다.. 그 말을 차마 더이상 감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쓰렉이 또 혼자 아파할것 생각하니 눈물이나고
그를 보니 가슴이 다시 저미고
떨어져는 있었지만 헤어진 적은 결코 없는, 슬픈 사랑을 깨닫는다.
아, 문자.
오빤데 와줄수 있어? 좀 아파.
그 한줄이 나정을 부른다.
아파서 기우뚱 선 그, 목소리마저 잠긴 쓰렉..
그가 보낸 실낱같은 희망 한줄.
그래, 쩡이가 와줬다!
그래도 밉고 그립고 아프고 여전히 사랑하는 쓰렉의 품에서
나정은 무너지고 흐느낀다.
사.랑.해
그 한마디를 듣기위해 얼마나 힘든 여정을 해왔던지.
자, 이제 우리는 사랑을 보았다.
5,4,3,2,1
드디어 그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