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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네덜란드 화가전] - 마술적 사실주의

언제나봄 본계 2012. 4. 21. 22:59

 자, 바야흐로 봄이군요^^

2012년 서울대학교 대학내 미술관에서 참 색다른 미술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몹시 저렴한 가격(3천원)에, 이처럼 천금같은 기회를 얻을 줄이야. 우선, 미술관 앞쪽의 안내광고판에 서서 인증샷을 찍어봅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모토에 걸맞게, 현판 그림에도 과거 중세시대의 여인과 현대여인이 마주보고 선 분위기를 연출하는군요.

마술적 사실주의란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신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적인 묘사의 그림을 그리되, 그 뒤의 배경 등을 새롭게 해서 한공간에 있을 수 없는 시간을 같이 넣거나 하는 장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래 계속 그림을 감상하면서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한 설명을 계속 합니다.

바렌드 블랑거트 작 - 복숭아가 있는 풍경, 입니다. 정물화의 배경을 블랙으로 하다니 참 대단하죠?^^

이 정물화의 실제 그림 앞에 마주서면 몹시 묘한 혼란에 사로잡힙니다. 정물화가 대단히 뇌쇄적이고 섹시한 느낌이 들거든요.

 

 

엘렌 드 그루트 작 - 한나와 단테, 입니다. 한나라는 여자가, 단테의 신곡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벽에 걸린 작은 그림은 단테의 신곡 속, 지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책에 탐독하는 모델 한나의 모습이 어찌나 맹렬하게 고요한지, 우리도 저 공간에서 함께 책에 몰입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더욱이 한나의 옷차림 또한 묘하게 사람을 긴장시키는군요.

 

 

얀 반 디스 작 - 그는 오랫동안 서있었다..라는 작품입니다. 처음에 '그'가 사람을 가리키는 줄 알았지만, 어느새, 아! 하게 됩니다.

왼편에 서있는 나무 허수아비가 그일 수도 있겠구요, 또는 저멀리 혼자 선 등대일 수도 있겠군요.

어찌되었든 아이러니하게 삭막하게 보이는 이곳에 한떨기 과꽃이 피어있습니다.

 

루스 반 쿠오렌 - 식당, 이라는 작품입니다. 막상 실제그림은 꽤 넓고 컸습니다. 이 그림 앞에 서면 무서운 적막감이 몰려옵니다. 모두들 소리 내지 않고 숨죽여 사는, 전후의 분위기랄까요. 오른쪽 남자는 지독하게 고독해보입니다. 가운데를 텅빈 구도로 놓은 것도 참 독특한 방식이군요.

 

피터 반포펠 작 - 친구의 초상, 입니다. 양쪽 귀에서 피어나온 민들레 꽃이 생동감을 주죠. 구도상 가슴 아래 건 목걸이와 민들레 꽃이 안정된 삼각구도를 이루네요. 이 그림 앞에서니 실제로 편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친구가 그윽하게,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봐주는 느낌이었답니다.

윔 슈마허 작 - 아디네미스의 초상, 입니다. 공간이 이 키 큰 여성에게는 좀 비좁은 듯하죠? 하지만 바닥의 모래를 은빛과 금빛으로 표현하면서 묘하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은빛의 실루엣을 쓰는건 윔 슈마허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카펠윌링크 작 - 르네상스 복장의 소녀, 라는 작품은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한번 살펴보세요.

몹시 어린 소녀가 늙은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나요?^^

이처럼 어린 소녀에게 나이든 사람의 장신구와 옷가지를 입혀놓고, 게다가 뒤의 배경은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이런 기조를 바로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답니다.^^